나사로의 부활] 240~250년 경 카타콤 칼릭스투스, 로마 (이하 글, 사진 출처- http://cafe.daum.net/stigma50)
(아래 글 출처- 정은진 / 문학박사, 서양미술사)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기적 사화 중 나사로의 부활은 3세기 초 이래로 줄곧 미술에서 매우 인기 있는 주제로, 예수의 일생을 다루는 작품에서 세례 혹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와 수난기의 시작인 예루살렘 입성 사이에 삽입되곤 한다. 동방교회에서는 나사로의 부활을 12 대축일 중 하나로, 성지주일 전 토요일을 ‘나사로의 토요일’로 성대히 지낸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미지는 240-50년경 로마의 카타콤 칼릭스투스(Catacombs of St Calixtus)에 그려진 것으로, 매우 단순한 구성을 보여준다. 화면 오른쪽 그리스도는 지팡이를 들고 있고, 나사로는 수의를 걸치고 작은 돌무덤 입구에 서 있다. 이 돌무덤은 애디쿨라(aedicula)라고 불리는 로마의 장례에서 쓰였던 구조물로 당시의 장례풍습을 짐작케 한다. 나사로의 부활은 카타콤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주제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만 40점에 이른다. 이는 박해받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나사로의 부활은 영원한 삶의 전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초기 그리스도교 사회에서 나사로의 부활은 그리스도 부활의 예시이며, 최후의 심판일에 죽은 자들이 부활하는 원형으로 간주되었다.
[나사로의 부활] 320~325년 경 석관부조, 로마
4세기에 제작된 석관에는 단순한 구도가 현저한 발전을 보인다. 여전히 나사로는 애디쿨라에 들어가 있고, 그리스도가 기적의 막대기로 죽은 나사로를 건드리자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반쯤 뜬 상태이다. 성서텍스트에는 나사로의 부활에서 지팡이를 든 그리스도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6세기 이전까지 나사로의 부활에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지팡이는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널 때, 바다를 가르는데 사용했던 지팡이를 연상시킨다. 즉 예술가들은 나사로 부활의 기적의 도구로 구약의 또 다른 기적사화에 등장하는 모세의 지팡이를 빌려온 것이다. 한편 여기서 새로이 등장하는 모티브는 그리스도의 발 아래, 무릎을 굻고 있는 여인으로, 나사로의 누이 중 하나로 여겨진다. 또 그리스도 뒤에 그와 함께 베다니에 간 제자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나사로의 부활] 9~10세기 경 상아부조,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런던
9-10세기 베네치아에서 비잔틴 장인들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상아판에는 나사로의 두 누이들이 함께 등장한다. 보통 예수의 발치에 앉아있는 여인은 마리아로, 서 있는 이는 마르다로 여겨진다.
[나사로의 부활] 12세기 후반 주두조각, 산 주앙 데 라 페낭
최초의 이미지부터, 부활한 나사로는 마치 그의 부활을 강조하는 듯 붕대를 감고 서 있어 화면의 세로축이 강조되어 보인다. 그런데 11세기부터 석관에 누워 있거나 석관에서 일어나는 나사로의 모습이 등장한다. 12세기 후반 스페인 지역에서 제작된 주두조각에서 그리스도는 기적의 지팡이 대신 십자가를 들고 한 손을 들고 있다. 나사로는 석관위에 붕대에 칭칭 싸매어져 마치 미이라 처럼 보인다. 사건의 사실적인 묘사보다 내러티브 전달에 목적을 두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나사로야, 이리 나와라“(요한복음 11:44)고 외치는 순간과 놀라는 두 누이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중세에 유행한 전설에 의하면, 부활한 나사로는 누이들과 함께 프로방스로 건너와, 마르세이유의 첫 번째 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12세기 오텅(Autun)에는 나사로의 유해의 일부를 모신 성당이 지어지고, 그 안에 나사로가 부활한 성스러운 무덤을 채플 모양으로 2층으로 세웠는데 이 무덤은 프랑스 대혁명기에 파괴되었다고 한다.
지오토 [나사로의 부활] 1304~1306년 프레스코화, 스크로베니 예배당 (아레나 예배당)
14세기 초, 지오토가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프레스코로 그린 [나사로의 부할]에서는 서로 대를 이루며 마주보는 그리스도와 나사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화면 왼편 그리스도는 복을 주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그의 뒤에는 제자들이 따르고 있다. 그리스도 발아래, 나사로의 누이인 마르다와 마리아가 있는데, 여기서는 두 여인 모두 무릎을 꿇고 있다. 반대편 나사로는 장례용 붕대로 몸이 단단히 묶여있고, 얼굴에는 부패의 징후가 나타난다. 나사로 뒤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마르타가 “주님,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요한복음 11:39)라고 말한 것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는 그리스도-나사로 사이에 등장한 인물들은 두 자매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유다인들로 부활한 나사로의 모습에 놀라는 모습이다. 지오토는 배경으로 복음서에 기술된 대로 동굴무덤을 그렸을 뿐 아니라, 화면 왼쪽 하단 돌을 치우는 사람들까지 등장시켜 복음서를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오우바테르 [나사로의 부활] 1445년 목판에 유채, 92cmx122cm, 베를린 국립 회화관
15세기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오우바테르(Albert van Ouwater)는 나사로 부활의 배경을 당시 교회로 묘사하고 있다. 15세기 교회의 바닥에는 대게 무덤이 있었고, 나사로는 그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오토가 그리스도-나사로가 수직으로 평행을 이루는 구도로 부활의 긴장감을 강조한 반면, 오우바테르는 화면 한가운데 나사로를 등장시킴으로써 부활의 주체를 부각시킨다. 마치 복을 주는 자세를 취한 그리스도의 모습도 지오토의 작품에서 보다 한결 부드럽다. 붉은 옷을 입은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있고, 마르다는 화면 왼쪽 맨 뒤에서 서 있다. 이 두 자매의 자세는 각각 명상적인 삶(마리아)과 활기찬 삶(마르다)을 상징한다. 화면 왼편의 사람들은 악취 때문에 코를 막고 있는데, 이들은 예수에게 적대적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로, 이들의 표정은 불신으로 가득하다. 이들과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 사이에 베드로가 서 있다. 그는 마치 기적을 보란 듯이 두 손을 벌리고 있다. 지오토의 작품에 비해 격렬한 감정이 들어나지 않은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부활한 나사로 자신이다. 그는 매우 놀라워하는 자세로 관 뚜껑을 열고 나오며 수의를 벗고 있다.
카라바지오 [나사로의 부활] 1609년 캔버스에 유채, 275cmx380cm, 메시나 국립박물관
1609년 카라바지오는 몰타에서 도주해 시실리에 숨어지낼 때 제노아의 부유한 상인 조반니 바티스타 데 라자리(Giovanni Battista de' Lazzari)의 주문으로 메시나(Messina)의 파드리 크로치페리 (Padri Crocifer) 교회를 위해 [나사로의 부활]을 제작한다. 어두운 벽을 배경으로 많은 인물들이 마치 연출된 한 장면처럼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나사로를 부활케 하는 그리스도의 자세는 그의 [마태를 부르심]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강한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이 집중되는 곳은 나사로이다. 종교화를 마치 이웃집에서 일어난 일처럼 사실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던 카라바지오는 나사로의 시신을 실제로 병들어 죽어간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실제로 그는 작품의 사실성을 극대화 하기위해 매장된 지 얼마 안 된 시체를 훔쳤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카라바지오의 [나자로의 부활]이 섬뜩할만한 사실적인 묘사로 기적을 마치 현실처럼 재현했다.
렘브란트 [나사로의 부활] 1630~1631년 패널에 유채, 81.5cmx96.2cm,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빛과 그림자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는 치밀한 광선의 사용으로 [나사로의 부활]이 전하는 극적인 감정을 고조시킨다. 화면 왼편 어두운 공간에 밝은 빛이 스며드는 듯 한 효과를 만들어냈는데, 마리아의 얼굴을 가장 밝게 비춘 빛은 간접적으로 예수의 얼굴을 드러내며, 기적을 행하는 그의 오른손을 강조한다. 이 빛은 나사로를 비추고, 벽에 걸린 칼과 활에도 반사된다. 흰 수의를 입고 반쯤 몸을 일으키는 나사로는 죽은 자의 세계에서 다시 살아남으로써 예수의 능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증인이며, 렘브란트는 그를 부활시킨 예수를 화면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였다. (글 출처- 정은진 / 문학박사,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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